1기 신도시 중 분당이 직면한 특별한 도전과 기회를 살펴버려고 합니다. 복잡한 평가 기준과 공공기여 문제를 중심으로, 현재 분당 재건축 사업의 미래와 주민들의 고민을 심층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분당 재건축, 왜 이렇게 복잡한가?

분당은 1기 신도시 중 유일하게 16개에 달하는 평가항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일산 등 다른 1기 신도시들이 주로 주민동의율, 주차 대수, 통합정비 참여 단지 및 가구 수만으로 평가되는 것과 큰 대조를 이룹니다. 이러한 복잡한 평가 기준은 분당 재건축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주민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분당 재건축 현장을 직접 방문했을 때, 한 주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노후 아파트를 새 집으로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실제로 들어가 보니, 마치 미로 같은 복잡한 규정들 때문에 머리가 아파옵니다.” 이 말에서 주민들이 느끼는 혼란과 부담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공공기여, 축복인가 저주인가?

분당 재건축의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공공기여율입니다. 현재 분당의 공공기여율은 10%로, 서울의 15%보다 낮습니다. 얼핏 보면 이는 분당 주민들에게 유리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추가로 1~5%의 공공기여를 제공하면 최대 6점의 추가 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추가 공공기여를 하면 점수는 높아지지만, 그만큼 사업성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하지 않으면 선정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어요. 정말 양자택일의 상황입니다.” 한 조합 관계자의 말입니다.
이 상황은 마치 ‘죄수의 딜레마’와 비슷합니다. 모든 단지가 추가 공공기여를 하지 않는다면 공평할 텐데, 누군가 추가 공공기여를 선택하면 다른 단지들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가게 되는 구조인 것입니다.
도시 기능 활성화, 그 양면성

분당 재건축 평가에서 ‘도시 기능 활성화 필요성’ 항목은 15점이나 차지합니다. 이 항목에는 이주대책 지원, 근린상업지역 포함 여부, 소규모 단지 결합, 장수명 주택 인증 등이 포함됩니다. 이는 단순한 주거 개선을 넘어 도시 전체의 기능을 향상시키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항목들이 주민들에게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주대책으로 12% 이상의 주택을 제공하면 2점을 받지만, 그만큼 일반 분양분이 줄어 사업성이 악화됩니다. 장수명 주택 인증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취지이지만,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 주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동네를 더 좋게 만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아요. 하지만 그 비용을 모두 주민들이 부담해야 한다면, 과연 그게 옳은 일일까요?”
기반 시설 확충, 누구의 책임인가?

분당이 고층 아파트 단지로 변모하면서 교통, 상하수도 등 기반 시설 확충이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국토연구원의 김중은 센터장은 “분당의 기준 용적률 315%를 달성하려면 공공기여를 확대해 기반 시설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도 주민들의 고민이 깊어집니다. 한 주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재건축을 하니까 기반 시설이 부족해지는 건 맞아요. 하지만 이걸 전부 우리 부담으로 해결하라는 건 너무하지 않나요? 정부나 지자체의 역할은 뭔가요?”
이는 단순히 분당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도시 개발에 있어 공공과 민간의 역할 분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입니다.
분당 재건축, 해법은 어디에?

분당 재건축 문제는 단순한 주거 개선을 넘어 도시 계획, 공공성, 사업성 등 다양한 요소가 얽힌 복잡한 퍼즐과 같습니다. 현재의 평가 기준은 이 모든 요소를 고려하려 했지만, 오히려 주민들 간의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해결책은 명확하지 않지만, 몇 가지 방향은 제시할 수 있습니다. 첫째, 공공기여율을 일괄적으로 정하여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는 것입니다. 둘째, 정부와 지자체가 기반 시설 확충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입니다. 셋째, 주민들의 의견을 더 폭넓게 수렴하여 평가 기준을 재조정하는 것입니다.
분당 재건축은 단순히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앞으로 다가올 다른 신도시들의 재건축 문제에 대한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 문제의 해결은 단순히 분당 주민들만의 과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고민하고 해답을 찾아야 할 과제인 것입니다.